신현거 논설위원.

남의 눈이 무서워 몸을 사리면 위선의 길을 밟기 쉽다. 그러나 자신이 두려워 마음가짐을 엄격하게 하고 몸가짐을 조심하면 저절로 진실의 길목으로 접어들 수 있다. 이러한 길목을 신독(愼獨)이라 불러도 마땅할 것이다. 홀로 있을 때 삼간다는 것이 곧 신독이다. 이는 자기를 자신이 떳떳하게 하고 당당하게 한다는 뜻으로 통한다. 하늘을 우러러 한 점 부끄러울 것 없다. 이런 것이 신독이다.

아무리 숨고 감추어도 하늘과 땅을 속일 수는 없는 일이다. 이 말은 모두 남을 속일 수 있어도 자신이 자신을 속일 수 없다는 말이다. 자신의 마음 속을 들여다볼 수 있는 사람은 자기밖에 없다. 자기 마음속을 스스로 들여다볼 때 그 마음 속은 거울처럼 자신을 되비추어 준다. 마음 속 거울에 떠올려지는 자기의 모습을 바라볼 때 부끄러움이 없는 사람이라면 그는 이 세상에서 가장 행복하고 부유하고 찬란한 인물이다.

그러나 털어서 먼지 안 날 사람이 어디 있단 말인가! 저마다 나름의 비밀을 가슴 속에 안고 기대도 하고 절망도 하면서 삶을 아파하게 마련이다. 삶의 상처가 없는 사람이란 없다. 상처가 있으므로 아픔이 있는 것이고, 그 아픔을 어떻게 조리해 가느냐에 따라 인생이 품위를 얻기도 하고 잃기도 하는 법이다.

누울 자리를 보고 발을 뻗을 줄 아는 사람은 자신을 살펴서 알아보려고 노력하는 사람이다. 이러한 사람은 신독의 길을 밟을 줄 아는 사람이기도 하다. 우리는 지금 너무나 자기를 편애하고 타인을 경계하는 벼룻에 물들어 있는 실정이다. 잘된 일은 남의 덕으로 돌리고 못된 일을 내 탓이라고 생각하는 버릇은 이제 먼먼 옛날 성인들의 것처럼 되어 버렸다. 그래서 세상은 병들고 시끄럽다.

세상이 앓고 있다는 것은 내 자신이 병들어 있다는 것과 같다. 내 잘못은 없고 남들만 잘못했다고 생각하는 사람이 가장 못난 사람이다. 나를 먼저 다스리는 사람은 착각의 올가미에 걸려들지 않는다. 그래서 부끄러워하고 뉘우칠 줄 안다. 남을 앞세우고 자신을 뒤로 하라는 옛 말씀은 낡은 말이 아니다.

그러나 지금 우리는 반대의 길에서 아우성을 치고 있는 중이다. 내 욕망을 극대화해야 하고 남을 밀치고 내가 앞서 나가야 한다는 생각에 쫓기며 몸둘 바를 모르고 산다. 바로 여기서 내 인생은 험해지고 세상은 병들게 된다. 이렇게 한 번쯤 우리 모두가 생각해 볼 일이다.

나를 편히 하고 가족을 편안히 하고 세상에 나아가 당당하고 싶은가? 그렇다면 무엇보다 신독(愼獨)을 멀리하지 말라. 우리 모두 이렇게 다짐하고 산다면 세상이 아무리 옹색해도 겁날 것은 없다.

신독(愼獨)의 순간을 맞아 내 마음 속 거울에 비친 자신을 들여다보고 인생을 맞이한다면 사는 방법은 그렇게 찾아내기 어려운 것은 아니다. 제대로 바르게 사느냐 아니면 못되게 사느냐는 순전히 내 마음에 달려 있다. 그렇다면 내 마음만 내가 잘 다스리면 올바른 삶은 어려운 것이 아니다. 이를 위해 내가 나를 들여다보는 순간을 맞아 신독(愼獨)의 기회를 자주 마련할수록 좋은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