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현거논설위원

자녀를 사랑하지 않는 부모는 없을 것입니다. 다만 어떻게 그 사랑을 베풀고 헤아리느냐에 따라 자녀들은 다르게 자랍니다.

  온실속의 꽃처럼 키우는 부모는 자녀의 인생을 품안에 메어두는 꼴이고, 들판의 꽃처럼 키우는 부모는 자녀의 인생을 자녀에게 맡기는 셈이 됩니다. 이제는 대리인생이란 없습니다.

  사람에게는 저마다 간직해야 하는 삶이 주어지는 것도 아니며 물려받는 것도 아닙니다. 물론 조선시대의 인생은 신분에 따라 물려지기도 했습니다.

  그러나 이제 악몽같은 신분사회는 사라지고 말았습니다. 저마다 인간은 자신의 삶을 성취해야 합니다. 이러한 변혁을 삶의 민주화라고 불러도 됩니다. 누구나 제 삶을 제 자신이 책임져야 함을 말합니다. 그래서 대리인생은 없습니다. 삶에 대한 자연의 섭리는 모든 생물에서 발견됩니다.

  산하의 초목을 보고 산중의 짐승들을 보게 됩니다. 산천의 나무나 풀들은 스스로의 힘으로 자랍니다. 새끼의 날개에 힘이 붙으면 어미 새는 둥지에서 새끼를 내 쫓습니다. 스스로 날아다니며 모이를 찾아먹고 살라함입니다.

  족제비도 새끼의 턱에 힘이 붙고 이빨이 다 나면 굴에서 내 쫓습니다. 네발로 스스로 돌아다니며 먹이를 찾아 제 힘으로 살라함입니다.

  사자는 새끼를 낳으면 벼랑 위로 물고 올라가 하나씩 새끼를 떨어뜨려 살아남는 놈만 골라 키운다고 하지 않는가! 이러한 것들이 삶에 대한 자연의 섭리입니다.

  그러나 우리 부모들은 자녀를 품안에 평생안고 살려는 듯이 욕심을 부리는 버릇이 심한 편입니다. 자연의 입장에서 보면 사람의 자녀도 새끼에 불과합니다. 인생은 집 안에 있는 것이 아니라 넓게 펼쳐져 있는 온 세상에 있습니다.

  그 세상이란 것이 항상 온실처럼 따뜻하다거나 둥지처럼 포근한 곳만은 아닙니다. 오히려 거칠고 사납고 어려운 고비들이 성난 바다의 너울처럼 넘치는 곳이 살아가는 현장의 세상인 것입니다.

  자녀가 삶의 세상에 두 발로 꿋꿋이 당당하게 서서 갖가지 삶의 고비를 스스로 넘어보게 할수록 좋은 것입니다. 그렇게 하자면 자녀를 안에서 보호만 해서는 안 됩니다.

  넓은 세상으로 내보내 눈을 뜨게 하고 귀를 트게 해서 삶의 현장에서 살아가는 방법을 스스로 터득하게 해주어야 합니다.

  꼬마들은 마을 골목에서 또래들끼리 소꿉장난을 하면서 살림살이 연습을 하는 것이고, 청소년은 수시로 집을 떠나 이곳 저곳의 풍물을 보고 듣고 하면서 삶의 밝음과 어둠을 스스로 체험해야 철들어 갑니다.

  이를 위하여 청소년은 자주 부모 슬하를 떠나 여행하게 해야 합니다. 짧게는 며칠이어도 좋고, 길게는 몇 달이어도 좋습니다. 굳이 외국여행일 필요도 없습니다. 먼저 국내여행부터 자주해서 제가 태어난 땅의 여러 모습과 제가 살면서 쉬어야할 숨결의 맛이 어떤 것인가를 맛볼 수 있는 까닭입니다.

  청소년의 여행은 사치나 호사가 아닙니다. 성장하는 과정입니다. 삶을 터득하는 현장실습입니다. 집을 떠나 삶의 현장을 순례하는 것이 청소년의 여행입니다. 순례는 어떠한 것이든 편한 쪽보다는 힘들고 고달픈 쪽에 속하는 것이 보람이 있습니다. 특히 삶을 순례하는 여행은 힘들고 쪼들릴수록 좋습니다. 어차피 누구의 인생이든 삶의 환희보다는 아픔이 더 많은 까닭입니다.

  그러므로 여행을 재미로 해서는 안 됩니다. 무전여행을 초라하게 여겨서도 안 됩니다. 돈벌이가 없는 청소년이 호화판여행을 탐하면 자신의 인생을 속이고 훔치는 것에 불과합니다. 만일 고생 없는 여행을 자녀들이 하기를 바란다면 그 부모는 단호하게 거절해야 합니다.

  학교에서 책으로 배우는 것은 편식에 해당되는 경우가 많습니다. 영양을 골고루 섭취해야 몸이 건강하게 되는 것처럼 마음은 지혜와 지식을 골고루 섭취해야 깊은 생물처럼 메마르지 않습니다.

  학교는 지식을 주지만 여행은 지혜를 만나게 합니다. 특히 삶의 지혜는 남을 통해서 배우는 것이 아니라 스스로 터득해야 합니다. 여행은 그러한 기회를 수없이 줍니다. 그러므로 현명한 부모는 자녀가 자주 여행하도록 배려해야 한다는 것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