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현거 논설위원

약 삼천년 전에 노자(老子)가 편리한 물건들이 많아지면 불편해진다는 말을 남겼다고 합니다. 언뜻 듣기엔 납득이 잘 되지 않는 말이지만 곰곰이 따져보면 틀림없는 말이라고 생각됩니다. 편리한 물건이 몸을 편하게는 하지만 마음마저 편하게 할 수 없다는 사실을 깨우치면 노자의 말을 알아들을 수 있습니다.

  불행하려고 일하는 사람은 없습니다. 모두들 나름대로 행복하려고 땀 흘려 일합니다. 그러나 행복하다고 만족하는 사람은 만나기가 어렵습니다. 어쩌면 행복이란 멀리 있는 신기루처럼 보이기도 하고, 하늘에 걸린 무지개 같은 것인지도 모른다고 여기는 사람들이 오히려 많다는 것입니다.

  왜 행복은 잡힐 듯 잡힐 듯 하면서도 잡히지 않는 것일까 하면서 아쉬워하거나 한탄하는 사람들도 있습니다. 그러나 행복이란 멀리 있는 것도 아니며 거창한 것도 아닙니다. 마음먹기에 따라 행복은 가까이 있을 수도 있고 아주 멀리 있을 수도 있는 것입니다. 왜냐하면 만족하는 마음속에만 행복은 깃들기 때문입니다.

  만족하는 마음은 항상 편안합니다. 그러나 만족할 줄 모르는 마음은 항상 불안해하고 쫓기며 흔들립니다. 무엇이 이처럼 만족을 빼앗아가 버리는가! 그것은 분명 우리가 지닌 욕심입니다. 욕심이 작으면 그만큼 만족은 커지고 행복은 가까워집니다.

  욕심을 부리지 않는 마음은 빈 방과 같습니다. 그래서 텅 빈 방에 햇빛이 가득한 것입니다. 행복은 바로 그곳에 있다고도 했고, 행복은 깃털보다 가볍지만 사람들은 담을 줄을 모르고 불행은 태산보다 무겁지만 벗을 줄을 모른다고 합니다.

  우리에게 가장 무서운 욕심은 바로 물욕입니다. 이것이 우리를 한사코 괴롭히며 아프게 합니다. 그러나 그 물욕은 버릴 수가 없습니다. 돈이 많으면 잘 사는 것이고 돈이 없으면 못 사는 것으로 확신하는 까닭입니다.

  물질적 삶의 경쟁은 오로지 재물의 많고 적음으로 저울질 하여 생기는 시샘에 불과합니다. 그래서 사람들은 만족할 줄 모르고 불을 향해 뛰어드는 불나비처럼 삶을 태우려고 합니다.

  불을 향하는 불나비는 타서 죽거나 운이 좋아 살아남는다 해도 날개를 태워 날 수가 없어 다른 벌레의 밥이 되고 맙니다. 행복을 누리는 마음은 먼저 물질을 탐하지 않고 알맞게 거리를 두고 사는 것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