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천서부경찰서 검단지구대

        경위 여일용, 

가정폭력은 현 정부가 반드시 근절하겠다는 사회 4대악 중의 한 테마이다. 그만큼 가정폭력으로 인한 피해와 부작용이 크다는 의미일 것이다. 일선 지구대에서 순찰팀 근무를 하다 보면 가정폭력과 관련된 신고를 적지 않게 접하게 된다. 물론 부부간의 다툼이 주를 이루지만 다투는 이유는 대부분 금전문제로 시작하여 음주로 인한 자신의 감정을 추스르지 못하고 결국은 가족간에 폭력이 발생하게 되는 것이다.

어찌보면 당사간의 문제로 상호 욕설하고 물품을 집어던지고 상대방을 폭행하는 행위는 일반 주취 폭력과도 표면상으로는 크게 다를 점이 없다고 할 수 있다. 하지만 가정폭력의 이면에 내재되어 있는 중요한 점이 바로 우리의 미래인 청소년들이 가정폭력의 가장 큰 피해자가 되고 있다는 점이다. 얼마전 와이프가 칼을 들고 행패를 부린다는 가정폭력 112신고를 접하고 현장에 출동한 적이 있다.
 
다행히도 큰 일이 발생하지는 않았지만 상호 진정시키고 처벌의사 등을 확인하는 과정에서 고등학생과 초등학교를 다니는 두명의 청소년을 대하는 부모의 모습을 보고 무척이나 안타까움을 느꼈다. 다툼의 원인은 역시 금전적인 문제였고 당시 부모 모두 술에 취하지도 않은 상태였지만 어머니라는 사람이 더 이상 못살겠으니 아이들에게 “넌 엄마와 살거야? 아빠와 살거야? 빨리대답해”라며 아이들을 다그치는 모습을 보며 이 아이들의 장래가 어찌될지 무척이나 걱정스러웠다.
 
현장에서 경찰관이 당사자들과 이야기도 나누고 아이들과도 이야기를 나눴지만 정말 아이들을 생각하지 않고 자신만을 생각하는 이기적인 부모의 모습을 보고 너무 화가 치밀었다. 하염없이 눈물만 흘리던 여고 1학년인 첫째아이는 학업을 마치려면 집에 있어야 하니 경제력이 있는 아빠와 있어야겠다고 하고, 아직 변별력이 없는 초등학교 6년인 둘째 여자아이는 무조건 엄마를 따라 나서겠다고 한다.

 이에 부모는 엄마는 당장 기거할 곳도 없으면서 당장 이혼해 제발 집에서 나가고 싶다며 작은아이는 자신을 따라 오고 싶다고 하니 자신이 데리고 가서 학교를 잠시 그만두게 하겠다고 하고, 아빠라는 사람은 아무 이유 없이 절대 둘째 아이를 엄마에게 맡길 수 없다며 작은 아이를 강제로 방에 밀어 넣는 것이다. 아이들의 교육과 미래는 전혀 생각하지 않고 오직 자신만을 생각하는 부모들의 모습을 보며 안타까운 이 아이들을 다시 한번 보게 되었다.

우리들은 과거 부부가 갈등이 있어도 자신의 아이들의 양육과 장래를 위해서 서로 조금씩 양보하고 가정을 지키려는 부모들을 흔히 볼 수가 있었다. 이에 반해 요즘 부모들은 어떠한가! 자신의 아이들에게 피해가 가지 않도록 하고 싶다면서도 자신의 입장만을 생각하는 부모들의 행동을 보면서 정말 사회의 근원인 가정이 점차적으로 파괴되어 가고 있다는 생각이 들었다.

청소년은 우리의 미래임을 모르는 이는 아마 없을 것이다. 하지만 우리 청소년을 보호하기 위한 사회 시스템은 너무나 부족한 게 현실이다. 가정폭력은 이제 한 가족의 문제만으로 보기에는 너무나 구시대적인 사고라 할 것이다. 이에 우리사회가 보다 적극적으로 가정폭력에 대처하여 올바른 가정환경을 만드는 것이 곧 올바른 사회를 만드는 지름길임을 명심해야 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