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현거 논설위원.  

지난 10여 년간 일본이나 미국 독일 등에 부당하게 빼앗긴 문화제의 반환운동을 진행해 왔다. 불가능하게 여겨졌던 일이지만 많은 분들의 도움으로 조선왕조실록, 조선 왕실의 궤, 문정왕후 어보 등 국보급 문화재 1,300여 점을 돌려받는 성과를 얻었다.

또한 6.25 전쟁 때 미군이 덕수궁에서 가져갔다가 지난 해 미 수사당국이 유족들로부터 압수한 대한 제국의 국새(國璽)와 어보(御譜) 등 인장 9점을 오바마 대통령이 지난 달 방한 때 반환하면서 2개월이나 앞당겨 60여년 만에 반환된 것이다.

세상은 마치 모래 위에 쌓은 성처럼 덧없는 것이라고 하지만, 또 한편으론 매 순간 바늘 하나가 들어가지 않을 만큼 견고해 보인다. 이런 견고한 성벽을 허무는 일은 쉬워 보이지 않는다.

많은 사람들이 왜 승려가 ‘문화제 제자리 찾기’활동에 그토록 열심이냐고 묻곤 한다. 내가 이해하고 있는 불교는 세상에 없는 것을 찾는 것이 아니라 ‘잃어버린 것을 찾는 것’이다. 무엇을 잃어 잃어버렸는지도 모르고 살아가는 것이 미혹한 중생의 삶이라면, 잃어버린 진실을 찾아가는 것이 수행자이고 구도자의 삶이라고 할 수 있을 것이다.

그것을 <금강경>에 등장하는 단어로 말하면 ‘환지본처(環至本處)’, 즉 제자리 찾기라 할 수 있다. 제자리란 마땅히 있어야 할 곳이고, 어떤 존재가 나아가야할 완전무결한 자리이기도 하다.

그래서 문화재 환수운동을 문화재 제자리 찾기라 말한다. 문화제 제자리 찾기는 잃어버린 것을 제자리로 되돌리는 활동이고, 그것은 결국 참마음의 제자리 찾기, 양심의 제자리 찾기로 이어질 것이라 믿는다.

우리는 지난 100년 동안 소중한 것들을 잃고도 무엇을 잃어버렸는지 모른 채, 그냥 먹고 살기에만 급급해 왔다. 문화제 제자리 찾기란 조상이 우리에게 물려준 정신을 찾는 과정이자, 우리 스스로가 주인임을 깨닫는 과정이다.

노예로 떨어졌던 100년 전의 슬픈 역사를 딛고 주인으로 우뚝 서는 운동으로서 ‘문화제 제자리 찾기’가 자리매김하기를, 다시 분단을 넘어 ‘민족의 제자리 찾기’로 발전되기를 기도한다.

비록 지금 당장은 아니더라도 이것들이 언젠가 우리 민족의 품으로 되돌아올 것을 믿는다. 환지본처, 모든 것은 제자리로 가야 한다는 이 말은 우리 민족의 돛대이다.